기사 / 한경비즈니스

디지털자산 상속을 놓치는 이유[조한나의 법으로 읽는 세상]

2026.10.12. 한경비즈니스에 법무법인 YK 조한나 변호사의 기고문이 게재되었습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광고 수익을 얻고,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하며, 개인 지갑에 가상자산을 보관하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고 가정해 보자. 가족은 집과 예금을 정리하면서도 그가 어느 플랫폼에서 얼마를 벌었는지, 가상자산을 어디에 보관했는지 알지 못할 수 있다. 스마트폰 속 재산은 가족에게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 남는다.

상속이라고 하면 흔히 부동산, 예금, 주식을 떠올린다. 그러나 재산을 만들고 보관하는 공간은 이미 온라인으로 넓어졌다. 가상자산뿐 아니라 온라인 판매대금, 콘텐츠 사용료, 정산받지 못한 광고 수익도 상속에서 검토할 대상이다.

민법상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한다. 다만 본인에게만 전속하는 것은 제외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온라인 계정과 그 안의 재산적 권리를 같은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계정 이용자의 지위가 그대로 이전되는지, 이미 발생한 수익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 콘텐츠에 대한 저작재산권을 누가 보유하는지는 각각 확인해야 한다. 고인이 운영한 채널이라고 해서 게시된 모든 영상의 권리가 고인에게 있는 것도 아니다. 공동 제작이나 외주 계약이 있었다면 권리관계부터 살펴야 한다.

상속받을 권리가 있더라도 이를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거래소에 보관한 가상자산은 해당 사업자의 상속 처리 절차를 확인해야 한다. 개인 지갑에 보관한 경우에는 비밀키나 복구 구문 등 접근 수단이 특히 중요하다. 필요한 정보가 없으면 상속인임을 증명하더라도 자산을 옮기기 어려울 수 있다. 온라인 수익 역시 가족이 계정과 계약의 존재를 모르면 정산 내역을 확인하거나 지급을 청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다고 모든 비밀번호를 가족에게 알려두면 해결될까. 비밀번호 공유는 보안 위험을 만들고, 접속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계정이나 콘텐츠를 자유롭게 처분할 권한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상속에 따른 권리 승계와 서비스의 접근·이전 절차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일부 플랫폼은 사후 데이터 접근을 위한 기능을 제공한다. 애플의 ‘유산 관리자’는 계정소유자가 지정한 사람이 사망 후 일정한 데이터에 접근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구입한 영화·음악·책이나 키 체인에 저장된 암호 등은 접근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후 접근 기능을 설정했다고 해서 계정 속 모든 권리를 물려주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준비의 출발점은 ‘디지털 자산 목록’이다. 이용 중인 거래소와 지갑, 수익형 채널과 온라인 판매 계정, 콘텐츠 계약, 정산 계좌를 정리해 두어야 한다. 목록과 민감한 인증 정보는 구분해 보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사후에 필요한 자료를 찾을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서비스가 제공하는 사후 처리 기능도 확인해야 한다. 가족 간 분쟁을 줄이기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 누가 자료를 확보하고 정산 절차를 진행할지, 콘텐츠를 계속 이용할지 등을 미리 논의할 수 있다. 특정인에게 재산적 권리를 남기려면 법정 요건을 갖춘 유언 등을 검토해야 한다. 계정 관리 담당자를 정하는 것과 그 사람에게 재산을 귀속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좋은 상속 준비는 재산을 누구에게 얼마나 나눌지 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남겨진 가족이 그 재산을 찾아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부동산 등기부와 통장 잔액을 확인하는 데 더해 디지털자산의 관리와 승계에 관심을 가질 때다.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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